알리앙스는 도도하다. 알리앙스는 프랑스 직영 교육기관 '알리앙스 프랑세즈'의 줄임말로,
프랑스어 학원이다. 학원이 도도하다니, 이게 무슨말인가 하겠지만 알리앙스에 조금이라도 다녀본 사람들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20**년 11월에 알리앙스 프랑스어 왕기초반 '아미깔 (Amical)' 반에 등록했다. 아미깔은
프랑스어 초보용 교재의 이름이다. 고등학교 1,2 학년때 불어시간을 제외하고는
프랑스어 선생님을 처음 만나보았다.
아미깔반의 수강생은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경험자들이었다. 말로는 프랑스어를 못한다고 했지만
다들 기초를 어느 정도 배우고 온 사람들 이었다. 그들은 간단한 문장을 만들고 읽을 줄 알았다.
아미깔반은 왕초보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정사정 없었다. 4시간 동안 한 두번 잠깐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사정없이 진도가 나갔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무슨말인지 모르는 외계어를 토요일 오전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듣는다 생각해 보라.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아미깔은 4개월 코스였고 뒤로 갈수로 지쳤다. 수험생도 아니고 회사도 다니고 다른 일과도
있는데 프랑스어만 몰입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다른학생들은 지치지 않는 눈치였다.
그들에게 '프랑스어 얼마나 하셨나요' 라고 재차 물었다.
그들은 '전 하나도 안 배워봤어요' 라고 손사레를 쳤다.
- 아니 이들이 왜 이리 내숭을 떨지? 당연히 미리 배워온 것 같은데. 그렇지 않으면 아직
수업시간에 다루지도 않은 동사를 이렇게 미리 알수는 없지 않나?
의아했다. 꼭 여고시절 시험날만 되면 '나 공부 하나도 안했어~ '를 외치던 어떤 급우들
같았다.
알리앙스의 도도함은 그때부터 발현되기 시작했는데 선생님은 헤매는 나를 보며
- 바빠도 열심히!, 왜 지각하죠? 좀 더 열심히 하셔야 할 것 같아요. 많이 듣고 따라해 보세요
라며 꼭 고3수험생을 대하듯 몰아부쳤다.
여기는 같은 외국어 학원이라도 파고다어학원이나 종로 YBM의 친절한 선생님들과는 다르구나.
고등학교 시절은 나에게 끔찍한 과거인데,다시 그 생활을 하는 것 같아서
아미깔 수강기간 4개월을 어렵사리 채우고 그 다음과정은
등록하지 않았다. 그 수업을 4개월이나 들었던 것도 예전 모범생버릇이 남아서
겨우겨우 수강을 완료한 것이지, 수월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분위기의 프랑스어 공부를 해보고 싶어서 아미깔 선생님에게
- 저, 혹시 프랑스어 과외 하는 선생님 모르세요? 따로 배워보고 싶어서요.
라고 물었지만, 선생님은
- 몰라요!.
라는 냉정한 대답을 돌려주었다.
종강 즈음 느꼈다. 프랑스어는 어렵다. 프랑스사람들은 도도하다.
알리앙스 프랑세즈는 프랑스어학원이다. 프랑스어학원관계자들 역시 도도하다
프랑스어를 배우는 학생들 역시 도도하다. 그들은 공부를 많이 해 놓고도 안 했다고 내숭을 떤다.
하지만 이제는 학생들을 이해한다. 그들은 알리앙스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어를 다른 곳에서 배워왔다고 하면, 알리앙스는 더 모질게 그들을 대할 것이다.
왕초보인 나를 다그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의 필연적인 내숭을 이해했고, 몇 달 후, 편안하게 취미로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어서
프랑스어 과외선생님을 구했다. 더 이상 그런 분위기에서 취미생활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과외선생님과 공부를 하며 DELF (프랑스어자격시험) A1(가장 낮은 레벨)을 취득했다.
그렇게 계속 알리앙스를 멀리했어야 했는데. 어제 다시 등록했다.
알리앙스에서 상처받은 내가 다른 곳에서 구한
프랑스어 대학생선생님(한국인)이 파리여행으로 한 달 간 수업을 쉬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A1에서 A2 사이의 레벨이 듣는 말하기 수업이다. 선생님은 아미깔선생님과 달랐다.
재등록 첫날, 또 실수를 했다. 프랑스어 얼마나 하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대학생에게 과외를 받고 있으며 델프 A2를 준비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한 것이다!!!
아, 솔직해선 안되었는데. 선생님은 흥분하며 델프는 그렇게 준비하는 시험이 아니며 A1을 따고
최소 8개월의 시간을 두고 A2를 따야지 그렇게 바로 치르는 시험이 아니며 평생자격증이기 때문에
꾸준히 몇 년간 공부를 한 후 B2를 딴 다음 어디가서 델프 B2를 땄다고 말하는 거라고 일장연설을
하였으며, 어째서 알리앙스에서 배우지 않았느냐고 다그쳤다.
급기야 수업의 말미에는 나의 발음이 좋지 않으며 그것은 외부에서 공부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걸 도와줄 수 는 없고 본인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와달라 한 것도 아닌데)
- 저 알리앙스에서 배웠는데요. 아미깔 토요일 오전반 4개월 들었어요
라는 대답에
- 아니, 그런데 왜 발음이 그렇지?
라며 선생님은 의아해 했고 나는
-열심히 안했나 보죠.
라 대답했다.
선생님은 앞으로 계속 들어보고 말해보고 하라는 말로 수업을 끝냈고
나는 수긍할수 없어서 아직도 분루를 삼키고 있다.
솔직히 그 수업의 다른 세 학생의 발음도 딱히 좋게 들리지 않았으며 파리에서 나고자란
사람이 듣는다면 나의 발음이나 다른 학생들의 발음이나 그게 그거라고 생각할 거 같았다.
쓰다 보니 알리앙스가 여전히 용서가 안된다. 대학교 2학년때 유럽여행일정으로 맨 마지막 도시인
프랑스에 3일 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불친철하고 퉁명스럽고 우중충한 도시. 파리 덕분에
나는 유럽로망병이 없다. 파리나 알리앙스나 프랑스와 관계되면 다 그렇게 되는 걸까?
화가 난다. 오히려 알리앙스 선생님이 보지말라는 델프 A2시험을 굳이 봐서 합격하고픈 생각만 굳어졌다.
홧김에 단어장을 하나 샀다. 틴틴이라는 귀여운 캐릭터가 설명해주는 일러스트 북이다.
한국에는 프랑스어 서적이 영어만큼 다양하지 않아서 그 책은 지금 아마존을 통해 배를 탈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 알리앙스가 용서 안 된다. 이 강의도 4개월 코스인데,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취미생활인데 뭘 하고 있는거지. 나는 너무 감정적이다.
- 4년 전 썼던 글로 이 후 DELF A2를 합격했다. 하지만 아직도 알리앙스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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